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같은 30평인데 왜 A 업체는 3,000만원이고 B 업체는 6,000만원인가요?” 답은 간단합니다. 적혀 있는 항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총액만 비교하면 비교가 아니라 도박이 됩니다.
견적서는 두 장에서 네 장 남짓, 항목은 많아야 서른 줄입니다. 그중 실제로 돈과 결과를 가르는 건 다섯 줄에 불과합니다. 오늘은 그 다섯 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비는 어디에 있나
가장 흔한 누락 항목입니다. 견적서에 ‘철거’라고만 적혀 있고 금액이 없거나, 아예 항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거는 공사비의 10~15%를 차지합니다. 30평 기준으로 300만~500만원이 여기서 나옵니다.
폐기물 처리비는 더 조용합니다. 타일과 콘크리트, 목재는 일반 생활폐기물로 버릴 수 없고 지정 업체를 통해 처리해야 합니다. 이 비용이 ‘별도’로 빠져 있으면 공사 막바지에 청구서가 날아옵니다.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비가 견적서에 없다면, 그것은 무료가 아니라 아직 계산되지 않은 것입니다.”
2. ‘포함’과 ‘별도’의 경계
견적서를 읽을 때는 금액보다 전치사를 먼저 봐야 합니다. ‘포함’인지 ‘별도’인지에 따라 최종 금액이 20% 이상 달라집니다. 특히 아래 세 가지는 반드시 확인하세요.
- 전기 · 배관 증설 — 콘센트 위치 변경, 배관 교체는 대부분 별도입니다.
- 가구 · 붙박이장 — ‘수납’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장롱인지 붙박이인지 알 수 없습니다.
- 입주 청소 · 에어컨 이전 설치 — 사소해 보이지만 합치면 100만원이 넘습니다.
좋은 견적서는 이 경계를 숨기지 않습니다. 별도 항목은 별도 항목대로 금액을 적어두고, “고객님이 결정하실 부분”이라고 표시합니다.
3. 자재는 등급이 아니라 모델명으로
‘고급’, ‘프리미엄’, ‘특A급’. 이런 단어는 견적서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같은 ‘고급 강마루’라도 장당 3만원과 8만원이 있습니다. 반드시 브랜드명과 모델명, 수량이 함께 적혀 있어야 합니다.
4. 공정표와 지연 조항
공사 기간은 견적서에 반드시 날짜로 적혀야 합니다. ‘약 5주’가 아니라 ‘2026년 11월 3일 ~ 12월 5일’ 처럼요. 그리고 지연됐을 때 어떻게 되는지도 함께 적혀 있어야 합니다.
지연 조항이 없는 계약서는 사실상 일정에 대한 약속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업계 관행으로는 지연 1일당 공사비의 0.1%를 배상하는 조항을 넣습니다.
5. 하자 보증 기간과 범위
준공 후 문제가 생겼을 때를 생각해야 합니다. 보증 기간은 보통 1~3년인데, 문제는 범위입니다. “하자 보증 3년”이라고만 적혀 있고 무엇이 하자인지 정의되어 있지 않으면 분쟁이 됩니다.
- 구조 · 설비 하자: 3년
- 마감(도배·도장·타일): 1년
- 자재 자체 하자: 제조사 보증 기간
이렇게 나누어 적혀 있는 견적서가 정상입니다. 모든 것을 ‘3년’이라고 뭉뚱그린 곳은 실제로 보수할 때 기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6. 계약 전 최종 체크리스트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아래 표를 한 번만 훑어보세요. 다섯 줄이면 충분합니다.
| 확인 항목 | 정상 표기 | 주의 표기 |
|---|---|---|
| 철거 · 폐기물 | 금액 명시 | 항목 없음 |
| 전기 · 배관 | 포함/별도 구분 | “상황에 따라” |
| 자재 | 브랜드 + 모델명 | “고급”, “A급” |
| 일정 | 시작일 ~ 종료일 | “약 5주” |
| 보증 | 항목별 기간 | “3년” 한 줄 |
견적서는 협상의 도구가 아니라 약속을 적어둔 문서입니다. 이 다섯 줄이 채워져 있다면, 그 업체는 최소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곳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 견적서 두 장을 나란히 놓고 항목별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상담으로 물어보세요.



